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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곤의 영화가 말하는 항공기 <미 해병대> 편


필자: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미 해병대는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한 군대 중 하나다. 물론 이런 주장에 반론이 따라올 수도 있어 다 젖혀두고 팩트만을 체크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범위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특수부대들과, 대규모 상륙함 등 각종 함정들, 기갑전력은 물론이고 F/A-18 호넷, F-35B 라이트닝II, AV-8B 해리어와 같은 고정익 항공기, 여기에 더해 각종 공격·수송헬기와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까지 대단히 다양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손님이다. 다만 미 해병항공대를 소재로 한 영화보다는 극적이고 유연한 연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 해병 지상병력이 각국의 특수작전에 투입되어 전장을 누비는 소재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해병대 항공기들이 영화의 주역이 되어 스크린을 가득 메운 주옥같은 영화들도 있다.

 

이번 영화가 말하는 항공기포스팅에서는 미 해병대 항공기가 비중있게 출연하는 영화 세 편을 골라봤다. 넘쳐나는 미 해병대 소재 영화들 중 모래 속에서 건져낸 진주마냥 흥행과 항공팬들의 환호를 동시에 잡은 작품들이다.

 


1. 트루라이즈(True Lies, 1994)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코메디 액션물이지만 항공팬들에게는 AV-8B 해리어 주연의 영화처럼 느껴지는 영화다. 미국 첩보기관 소속의 슈왈츠제네거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도심 속 핵폭탄 테러를 막는다는 단순한 스토리인데 감독이 다름 아닌제임스 카메룬이다


카메룬 감독의 세세한 연출에 힘입어 시종일관 시원시원한 추격신과 액션신이 물흐르듯 이어져 지루한 틈을 주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역시나 백미는 핵무기를 운반하는 테러리스트를 차단하기 위해 투입되는 AV-8B 해리어 2대의 활약이다.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트럭에 싣고 도심으로 운송하는 것을 포착한 첩보기관은 미 해병대 소속 AV-8B 해리어 2대를 출격시킨다. 그리고 각각 AGM-65 매버릭 미사일 2발을 발사해 다리를 끊어버린다. 이 장면은 CG없는 순수 100% 리얼 액션이다. 다리는 철거 예정이었던 실제 다리를 폭파한 것이고, 해리어 2대가 발사한 매버릭 미사일 역시 CG가 아닌 실제 미사일 4발을 발사한 것이다(제임스 카메룬 감독 감사!).

 



 

뭐니 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고층빌딩 옥상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딸을 구하기 위해 슈왈츠제네거가 해리어를 조종해서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는 장면이다. 앞선 다리 폭파 작전이 100% 리얼 액션이었다면 슈왈츠제네거가 직접 해리어에 올라 수직이륙 시키는 장면부터 딸을 구하고 착륙하는 순간까지는 100% 허구 액션이 벌어지는 대 반전이 일어난다. 이를 위해 실제 크기의 해리어 모형을 제작해 슈왈츠제네거가 탑승한 채로 촬영한 뒤 각종 CG를 입혀서 만들었다.

 



 

해리어는 특유의 제자리 비행(hovering)을 하며 고층빌딩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25mm 기관포로 초토화시킨다. 테러리스트 두목은 해리어 동체에 올라타 착륙을 요구하다가 주익의 AIM-9 사이드와인더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발사되는데, 해리어에 대응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을 태운 헬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발사한 것이다. 그야말로 일타 쌍피!

 

영화 속 해리어는 영화적 과장이 가미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까지 세계 유일의 수직 이착륙기로서 전술적으로 얼마나 활용가치가 있는지를 상당히 잘 드러낸다. 또한 다양한 무장 운용능력을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항공팬들 뿐만 아니라 항공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해리어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슈왈츠제네거가 조종간을 잡는 순간부터 100% 허구 액션이라는 단서를 단 바 있다. 해리어의 성능이 영화 전개를 위해 한없이 부풀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행동반경(항속거리). 해리어는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동안 비행과 기동을 했는데, 이것도 모자라 다시 한 번 수직이륙을 한 뒤 고층빌딩에서 하이라이트 신을 위해 10여분 넘게 제자리 비행을 한다. 잘 알려져 있듯 해리어의 제자리 비행은 고정익기로서는 대단히 특별한 능력이지만 문제는 연료소모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항공기는 이륙하는 순간부터 양력(항공기를 위쪽으로 띄우는 힘)의 힘 덕분에 적은 연료로도 오래 날 수 있다.

 

반면 해리어의 제자리 비행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추력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비행하는 것으로 거의 99%를 순수 엔진 추력에 의존한다. 그만큼 연료소모가 엄청나다. 가뜩이나 작은 기체 크기 때문에 행동반경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수직이륙이나 제자리 비행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실시한다. 또한 이륙할 때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수직이륙이 아닌 단거리이륙을 하고, 이것도 모자라서 함정의 스키점프대의 힘을 빌린다. 해리어의 제자리 비행 능력은 매우 탁월한 장점이지만, 동시에 한계도 명확한 셈이다.

 



또 하나의 허구는 바로 해리어의 기관포다. 해리어 동체 아래에는 GAU-12 25mm 기관포 팩이 장착된다. 영화 속에서는 이 기관포 활약이 눈부시다. 쉴 새 없이 불을 뿜으며 테러리스트를 초토화시킨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미약하다. 해리어의 기관포 팩에 수납할 수 있는 25mm 기관포탄은 불과 300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GAU-12 25mm 기관포의 분당 발사속도는 1,800발에서 4,200발이다. 한번 드르륵갈기면 최소 30발이 나가는 셈인데, 아무리 아껴 써 봐야 20초 남짓밖에 사용할 수 없다. 쉴 새 없이 불을 뿜는 해리어의 기관포는 영화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2.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1996)


 


외계인이 대규모로 지구를 침공하지만 인간이 갖가지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외계인들을 무찌른다는 다소 진부한 설정의 영화다. 여기에 미국 영화 특유의 미국 만만세클리셰가 영화 내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꽤나 명작으로 남은 이유는 시대를 뛰어넘는 각종 특수효과 덕분이다. 진부함, 클리셰가 눈에 거슬린다 한들 전지구적 스케일의 특수효과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영화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주제인 영화 속 항공기들을 살펴보자.


영화의 주역은 단연 미 해병대 소속 F/A-18C 호넷이다. 한 영화에 이렇게 많은 수의 단일 기종이 등장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주인공인 윌 스미스가 미 해병항공대 호넷 조종사라는 설정부터 시작해 처음부터 끝까지 F/A-18C로 도배된다. 심지어 영화 후반 인류 최후의 반격 때도 미 해병대 소속 F/A-18이 주축이 되어 각종 공군기들까지 수 백 대를 이끌고 UFO의 공중전을 벌인다. 심지어 대통령도 F/A-18 조종사 출신이어서 F/A-18C를 몰고 전투를 진두지휘한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허허허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미 해군까지 합하면 F/A-18을 무진장 많이 찍어내기는 했지만 굳이 미 해병대의 F/A-18이 인류의 명운을 건 전투에 이렇게 주축이 될 이유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현실이라면 깡패급 규모를 자랑하는 미 공군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미 해병 항공대의 많은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물론 영화 초반에 미 공군의 E-3 조기경보통제기가 잠깐 나왔다 격추되어버리고, 핵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B-2 스텔스 폭격기도 등장하지만 다들 맛깔스런 양념만 뿌리고 사라진다.

 

 


오락영화인 만큼 고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영화이니 옥에 티를 논하는 것은 별로 의미는 없다. 굳이 영화의 주인공인 F/A-18과 관련된 옥에 티를 하나 꼽자면 바로 드래그 슈트(Drag Chute).

 

 



드래그 슈트는 항공기가 착륙 시 활주거리를 줄이기 위해 전개하는 일종의 감속장치다. 영화 초반에 윌 스미스가 뒤따라오는 UFO와의 시야를 막기 위해 F/A-18 후미에서 드래스 슈트를 전개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F/A-18은 애초에 미 해군 항모에서 뜨고 내리기 위해 설계된 만큼 기본적으로 이착륙 성능이 뛰어나다. 드래그 슈트가 필요 없고, 또 드래그 슈트를 장비하고 있지도 않다.




 

 


3. 다이하드 4.0(Die Hard 4: Live Free or Die Hard, 2007)



 

브루스 윌리스를 스타로 만들어 준 다이하드 시리즈의 4편이다. 74일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디지털 테러를 일으켜 미국 전체를 장악하려는 디지털 테러리스트에 맞서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역) 형사가 이를 저지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사실 다이하드 시리즈는 항공기가 주제인 본 포스팅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날로그 감성의 액션물인데, 다이하드 4.0에서는 무려 F-35B가 등장한다. 얼핏 보기에 아날로그적 액션의 상징인 맥클레인 형사의 상대로는 뭔가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이하드 4.0에서 만큼은 상대가 디지털 테러리스트다 보니 최첨단 이미지가 강한 F-35를 통해 양념을 듬뿍 뿌려줘야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극대화될 것으로 생각한 감독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다이하드 4.0에서 F-35B의 등장은 시기적으로 꽤 신선했다. 왜냐하면 영화는 2007년에 개봉했는데 F-35의 양산형 기체 중 첫 비행을 가장 먼저 성공한 F-35A의 첫 비행이 2006년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한 F-35B의 경우 양산형 F-35B가 공장에서 조립을 마치고 롤아웃한 시기가 200712월이었다. 현실에서 이제 막 양산형의 조립이 끝나 날아오르는 시점에 있는 최첨단 전투기가 맥클레인 형사와 다이하드 액션을 하고 있었으니 시기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디지털 테러리스트는 미 해병 통제센터를 해킹해 자신을 쫓고 있는 맥클레인이 운전하는 트럭을 F-35B로 하여금 공격하게 만든다. F-35B는 현란한 제자리 비행 능력으로 미사일과 기관포를 퍼부으며 도시와 맥클레인의 트럭을 걸레짝을 만들어 놓는다. 전투기와 트럭의 대결이라니!! 물론 최후의 승자는 맥클레인이다. 교각 파편이 리프트 팬에 들어가면서 팬이 폭발하고 결국 조종사는 비상탈출 해 사라진다.

 

 



F-35B가 등장하는 시간은 불과 4분여 남짓인데, 맥클레인의 트럭을 작살내기 위해 온갖 교량을 파괴하며 막강한 화력을 뿜어낸 탓에 존재감은 매우 강렬하다. <트루라이즈> 속 해리어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지만, 맥클레인의 트럭 한 대 잡겠다고 도시를 아작내는 바람에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역시나 이런 오락영화에 고증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본 포스팅의 구독자는 항공팬이 절대다수일 것이기에 영화 속 F-35B의 고증은 잠깐 짚어보기로 한다.

 


 


F-35B가 맥클레인 형사의 트럭을 처음 발견하고 포문을 연 것은 미사일 공격이다. 그런데 발사한 미사일이 적외선 열추적 공대공 미사일인 AIM-9 사이드와인더다. 트럭에서 나오는 열은 전투기의 그것보다 비교도 안될 만큼 미약하기 때문에 사이드와인더를 록온(lock-on) 상태로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후 F-35B의 공격은 기관포 공격이 주를 이루는데 기관포가 불을 뿜는 위치를 보면 동체 아래에 기관포가 2문이 달려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 F-35에는 25mm 기관포가 1문만 탑재된다. 동체에 기관포가 내장되는 F-35A와는 달리 F-35B는 리프트 팬이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관포를 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영화와 비슷하게 동체 아래에 기관포 팩을 장착하게 되는데 영화처럼 2문이 아닌 최대 1문만 탑재된다.



※ 다음 <미 공군> 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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