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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곤의 영화가 말하는 항공기 <미 공군> 편


필자: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미 공군은 별 다른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명실공히 최강의 군대다. 2018년 미 공군 예산은 무려 우리 돈 132조 원에 이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 국방예산이 아니라 미 공군의 한 해 예산이 132조 원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막대한 국방예산으로 운용되고 있는 항공기들은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세계 최강이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도도 높고, 미 공군도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전력을 드러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미군은 납세자들의 세금이 군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중대한 임무 중 하나로 생각한다. 따라서 각 기지의 공개행사, 미국 본토 내 에어쇼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연중 내내 많이 열린다. 뿐만 아니라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가장 쉽게 만나 볼 수 있고, 매체 안에서도 최강의 전력을 유감없이 뽐낸다. 







글로벌 상영이 이루어지는 할리우드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것은 미 공군에게는 좋은 홍보수단이며, 동시에 전 세계에 미 공군의 위상을 과시하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때문에 미 공군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에 항공기들을 적극 지원해왔다. 특히 미 공군이 영화에 항공기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시기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2개의 전쟁을 함께 치르던 2000년~2010년 즈음이다. 당시 미군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혈세를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 물쓰듯 쓰고 있었고, 미군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 반전여론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였다. 이를 불식하고자 미군은 영화 제작자들의 러브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으며 미 공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고로 2011년 빈 라덴이 사살되고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점진적으로 발을 빼기로 결정하면서 할리우드에 대한 미군의 지원이 예전만큼 적극적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공군은 그 상징성과 최강 전력이라는 위상 덕분에 앞으로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동안 미 공군이 소개된 영화가 무수히 많지만, 등장한 항공기의 면면으로 볼 때나, 소재 면에서 볼 때나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3편을 추려봤다.







1. 트랜스포머(Transformer, 2007)


실사 영화에서 변신로봇을 선보이며 글로벌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다. 2007년이면 CG가 그 잠재력을 드러내는 시기에 있긴 했지만 실사영화에서 제대로 된 변신로봇을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많았던 때였다. 하지만 이를 불식시키듯 영화는 로봇들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전 세계적인 흥행도 이뤄냈다. 이 영화에서 미 공군은 임팩트 컸던 영화 초반 디셉티콘 타격장면과 영화 내내 감초같은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기적으로는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의 깊은 수렁에 빠진 채 연일 엄청난 미군 사상자를 내던 때였다. 미 국민들의 피로도도 그만큼 컸던 시기였는데, 최소한 대중의 피로도를 식히는 데에는 부족한 없는 액션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에는 MQ-9 리퍼 무인기가 표적을 식별한 뒤 E-3가 전체적인 공중통제를 하는 가운데 A-10과 AC-130이 공격을 가하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 속 미 공군의 각종 공중 통제 및 타격자산은 영화에서 처음 등장한 디셉티콘을 타격하는 장면에서 등장해 더욱 주목도를 끌었다. 특히 ‘나는 포대’라는 별명을 가진 AC-130의 공중포격은 영화의 백미였다. AC-130은 영화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기체인데다가 포격모습 역시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 전투기는 후반 공중전에서 대량으로 출연하며, 그 중 한 대는 아예 디셉티콘의 2인자 ‘스타스크림’의 베이스 모델로 나와 주조연급 자리를 꿰찼다. 다만 영화 특성상 악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동체 상면에 악역스러운 무늬를 추가했다. 스타스크림은 1편뿐만 아니라 3편까지도 살아남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미 공군기가 되었다. 아울러 C-17 수송기는 각종 수송 장면에서, CV-22 오스프리는 항공기들을 주연배우들을 실어 나르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트랜스포머 첫 편의 성공으로 후속편에서 미 공군의 활약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2011년 후속편으로 개봉한 <패자의 역습>에서는 F-16과 B-1B 폭격기 정도만이 활약을 하는 데 그쳤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발을 빼면서 그다지 영화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트랜스포머의 흥행이나 주목도 역시 점차 약화되었기 때문에 후속 편에서 미 공군의 눈에 띄는 활약은 종적을 감추게 됐다. 








2. Fighter Pilot: Operation Red Flag(2004)


미 공군의 최대 공중연합훈련 레드 플래그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영화다. 러닝타임이 50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아니냐’며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접하고 나면 그러한 반문은 의미가 없음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영상미나 음향, 다양한 카메라 앵글은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그 퀄리티가 너무나 높기 때문. 





영화는 실제 현역 미 공군 조종사 존 스타턴 대위가 주요 화자가 되어 레드 플래그 훈련에 참가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에서 F-4U 코르세어를 조종했던 전투기 조종사였다. 스타턴 대위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영웅이며, 할아버지 때문에 조종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그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항공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두고두고 소장하고 볼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일단 출연하는 항공기들이 압권이다. 레드 플래그 훈련을 그린 만큼 당시 미 공군이 일선에서 운용하던 첨단 전투기들이 거의 모조리 등장한다. 또한 미군 우방국이 대거 참가하는 훈련인 만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의 NATO 전투기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NATO는 아니지만 혈맹인 이스라엘 공군도 참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내내 단순히 비행하는 장면들이 아니라 브리핑 장면부터 비행 전·중·후, 그리고 훈련 성과에 대한 피드백 전 과정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녹여냈다.





특히 가장 볼만한 것은 가상 공중전이다. 레드 플래그 훈련은 블루 포스(아군)와 레드 포스(가상적군)로 나뉘어 가상 공중전을 펼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 미사일 발사는 없다. 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전투기들의 기동과 공격 후 회피기동을 하며 불꽃놀이 하듯 채프와 플레어가 하늘을 수놓으며 이채로운 장면들을 자주 연출한다. 


또한 볼거리 중 하나는 중앙훈련센터에서 모니터하는 3D 그래픽으로 재현한 실시간 전투상황이다. 이것은 참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어서 이 영화의 소장가치를 더욱 높인다. 다만 중간 중간에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다소 인위적인 게임영상 같은 것을 집어넣은 것은 옥에 티다. 이러한 장면들 없이도 수십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역동적인 영상을 잘 담아내고 있던 터라 굳이 인위적인 기동 영상을 넣었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이 전투기 조종사를 뜻하는 'Fighter Pilot'여서 영상의 지분은 전투기가 대부분 가져간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레드 플래그 훈련은 전투기뿐만 아니라 미 공군의 자산이 대부분 참가하는 훈련이다. 때문에 영화에서는 A-10, C-17 수송기, B-1B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E-3C 조기경보통제기, U-2 정찰기 등 다양한 항공기들의 실제 작전을 모의한 기동과 훈련 모습이 자세히 나온다. 





여기에 더해, 조종사가 적진에 떨어졌을 때 벌어지는 탐색구조작전, 항공기 엔진에 화재가 났을 때 이에 대처하는 소화훈련, 무장사들의 무장훈련 이야기, 훈련을 마치고 훈련에 참가한 조종사들과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장면 등 훈련 면면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F-15를 조종하는 스타턴 대위 위쪽으로 F-4U 코르세어 편대가 함께 비행하는 듯한 연출이 있는데, 참으로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무척이나 많은 영화이며, 항공기 팬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3. 에어포스원(Air Force One, 1997)


영화 제목부터가 미 대통령 전용기를 뜻하고 있어 미 공군기들이 등장할 것이 쉽게 짐작되는 영화다. 대통령 역을 연기한 해리슨 포드를 불세출의 스타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러시아의 테러리스트들이 대통령 전용기를 납치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이들을 소탕한다는 소재를 그리고 있다. 소련의 몰락 이전에는 미·러 대결구도의 소재가 널리 쓰였지만, 소련 해체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게 된 미국과 테러리스트의 대결로 소재의 중심이 옮겨 간 신호탄을 쏘아올린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말미에서 에어포스 원을 지키려는 F-15 편대와, 에어포스 원을 격추시키려는 러시아의 MiG-29 편대 간의 대결이 있는데, MiG-29는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맥을 못 춘다. 당시 러시아를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러시아가 대규모 군비증강에 나선 이후에는 이러한 일방적인 구도는 많이 사그라졌다. 






공군 1호기라는 뜻의 에어포스 원은 흔히 보잉 747 항공기 자체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에만 공군 1호기가 되는 것이다. 단지 말 그대로 대통령만 탑승하는 “전용기”이기 때문에 에어포스 원이 대통령 전용기를 부르는 대명사처럼 굳어진 것이다. 영화 말미에 해리슨 포드가 추락하는 전용기로부터 무사히 탈출해 C-130으로 탑승하자 승무원이 “여기는 리버티 24, 콜사인을 변경한다. 이제부터 리버티 24가 에어 포스 원이다!”라고 말한다. 


참고로, 보잉 747을 개조한 현 에어포스 원의 제식명칭은 VC-25A으로 1990년부터 2대가 배치되어 운용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VC-25A를 B747-8 기반의 신형기로 개조해 대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형 에어포스 원은 VC-25B로 명명될 예정이며, 신규 생산 기체가 아닌 잉여기체를 개조할 예정이다. 이 2대는 러시아 항공사 ‘트란스에어로’가 주문해 생산됐다가 파산을 하는 바람에 인수가 되지 못하고 모하비 사막에 보관중인 기체들이다.  


에어포스 원은 현직 대통령이 탑승하는 것이 원칙인데, 전직 대통령이 탑승한 사례도 있다. 바로 서거 이후다. VC-25A를 발주했던 로널드 레이건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이들 시신은 대통령 전용기인 VC-25A가 수송임무를 맡은 바가 있다. 





영화에서는 납치된 전용기로부터 대통령을 구하거나 지키기 위해 다양한 장면들이 연출되어 있다. 영화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영화적 과장들이 들어갔고, 그 장면들 대부분은 CG나 모형으로 연출했다. 다만 CG의 수준은 상당히 조악한 편이다.


에어포스 원은 단순히 여객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개조한 것이 아니라, 각종 위협에 대한 다양한 방어장비를 갖추고 있다. 군용기로 분류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 중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장비로는 미사일을 교란하기 위한 채프(chaff)나 미사일 회피 기동 등이다.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는 테러범들을 교란시키기 위해 호위하던 F-15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라고 명령한다. F-15가 미사일을 발사하자 에어포스 원은 자동적으로 고도를 떨어뜨리고, 채프를 발사해 미사일을 공중 폭발 시킨다. 이 장면은 에어포스 원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실제 프로토콜을 적용한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와 같이 6시 방향 근거리에서 미사일을 직격으로 발사하면 영화처럼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다. 미사일의 발사속도가 최소 마하 4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중장거리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서나 영화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뿐이다.  





호위기로 나섰던 F-15 역시 미사일의 속도를 무시하는 어마어마한 기동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에어포스 원을 격추시키기 위해 MiG-29가 발사한 미사일을 기체로 막으며 작렬히 산화하는 장면이다. 물론 애국충정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지만, 지근거리에서 적기가 발사한 마하 4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탄도를 막아서는 기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하나 고증 오류를 지적하자면 공중급유 장면을 들 수가 있다. 에어포스 원에 공중급유를 시도하던 KC-10 공중급유기가 주유구에서 발생한 마찰로 인해 플라잉 붐(공중 급유를 하기 위한 주유봉)에 불이 붙어 기체 전체가 폭발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항공유는 발화점을 극도로 낮춘 연료로, 영화에서 연출된 것처럼 공중급유기 전체가 폭발해 날아가 버릴 정도가 되려면 작정하고 불을 붙이려하지 않는 이상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물론 실제로 불이 붙어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플라잉 붐 실용화 초기인 과거에나 일어났던 사고들이다.



※ 다음 <미국 이외 국가 항공기> 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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